장량 의 "사람 사는 이야기"(엄마다, 미안하다. 바빠서 도시락을 못 쌌다.)
장량 의 "사람 사는 이야기"(엄마다, 미안하다. 바빠서 도시락을 못 쌌다.)
  • 장량 편집위원
  • 승인 2019.10.08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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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트러스트=장량편집위원]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던 학창시절.


중학교 3학년.


사춘기에 들어서 2차 성장을 하기 위해 식욕이 왕성하던 그 시절. 점심시간을 기다리기가 정말 힘들었다.

많은 아이들이 삼 교시 쉬는 시간에 도시락을 까먹곤 해서 사 교시 수업에 들어 온 선생님들이 김치 냄새를 맡고 도시락을 검사하곤 했다.

그래서 반 친구들은 도시락을 뒤집어 밥의 가운데를 적당히 파먹고 뒤집어 놓기도 했다.


거기까진 애교에 불과했다.

사 교시가 체육시간이라면, 도시락을 도둑맞기 십상이었다.

체육선생의 눈을 피해 교실로 잠입한 악동들이 남의 도시락을 훔쳐 먹는 것이었다.


가정이 넉넉해 좋은 반찬을 싸오는 친구들의 도시락이 타켓이었다.


그날도, 체육 시간 중에 친구 몇몇이 사라져 점심을 먹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할까 걱정되던 차에, 교실로 들어갔던 짝꿍이 나와 내 귀에 속삭였다.


“량아. 어쩌지? 문제가 생겼어.”


“뭔 문제야? 내 도시락 니가 까먹었다면 용서해줄게. 다른 녀석이 까먹었다면 가만두지 않을 거고.” “설마, 내가 니 도시락을 까먹겠냐.

니 도시락이 아니고, 경석이 도시락에 손댔어.

먹고 보니까 경석이 거더라고. 이걸 어쩌냐!”
경석이는 까칠한 녀석인데다 깡패였다.

수틀리면 친구들을 마구 패는, 김두한이 우상인 한심한 사고뭉치였다. 그 녀석 도시락을 까먹었다면... 일 낸거였다.


경석이가 반 친구들 중에 유일하게 오직 나만을 조심하는 터(이유는 상상에 맡기고)라 울상이 된 짝꿍이 중재를 부탁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잠시 궁리 끝에 쪽지를 한 장 써 경석이의 도시락에 넣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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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다, 미안하다. 바빠서 도시락을 못 쌌다.”

장량, 1989년 영화진흥공사 시나리오 공모전 당선 1990년 스포츠 서울 신춘문예 추리부문 당선 * 쓴 책 : 위조진폐. 예술가의 연인. 핵심. 사랑특급. 대통령의 밀사 외 단편 다수.
장량, 1989년 영화진흥공사 시나리오 공모전 당선 1990년 스포츠 서울 신춘문예 추리부문 당선 * 쓴 책 : 위조진폐. 예술가의 연인. 핵심. 사랑특급. 대통령의 밀사 외 단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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